[투어타임즈=정기환기자]

- 외교부 주최 제6차 한-태평양 도서국 고위 관리회의, 지난 15일 부산에서 개최
- 미중일호 등 주요국의 이익이 엇갈리는 태평양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 논의


▲ 사진= 제프리 안톨 팔라우 외교부 국장(Bureau of Foreign Affairs Jeffrey Antol, Director)과 태평양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 남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13개 태평양 도서국 대표들과 외교부, 부산에서 만나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이 주최한 ‘제6차 한-태평양 도서국 고위 관리회의(The 6th Korea-Pacific Islands Senior Officials’Meeting)’ 가 13개 태평양 도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월 15일 화요일 부산에서 열렸다. 이번 고위 관리회의는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이 주재했다.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 간의 고위급 회의는 우리나라와 14개 태평양 도서국 간 각종 의제 협의를 위해 2011년부터 정례적으로 개최한 회의다.

3년마다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고 회기 간에는 매년 고위 관리회의가 열린다. 이번 고위관리 회의는 △인적•경제적 연계성 증진 △기후변화 △해양•수산 협력 △한반도 정세 및 태평양을 둘러싼 국제 정세 등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14개 태평양 도서국은 파푸아뉴기니, 피지,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팔라우, 미크로네시아연방, 나우루, 마셜제도, 키리바시, 투발루, 사모아, 통가, 니우에, 쿡제도로 모두 자치권을 가진 독립국으로, 이번에는 니우에를 제외한 13개국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인적·경제적 연계성’ 회복과 증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태평양 지역은 미래 식량과 에너지가 담긴 보고이자 인류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된다. 태양, 수력 발전 및 해양미생물을 통한 중요한 대체에너지 개발의 장이자 해양, 수산 자원 및 광물자원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해양 교차로인 태평양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녀,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대립이 극명히 벌어지고 있는 보이지 않은 전장(戰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앞바다’ 인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도는 아시아, 유럽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편이다.

한국과 태평양을 잇던 유일한 직항노선인 대한항공의 인천-난디 비행편도 지난 10월 1일부로 단항이 되었다.

거리로 따지면 가장 가까운 태평양 도서국인 팔라우로는 지금도 아시아나항공와 대한항공이 뜨고는 있지만, 수요 감소를 이유로 충분한 사전 고지 없이 운항편수를 줄이거나 목적지를 괌으로 돌리는 등 불안정한 운항을 하는 중이다. 요금도 턱없이 비싼 편이다.

교류를 확대하려면 사람과 물자가 오고 가야 하는데 한국과 태평양을 잇는 손발인 항공 연결망이 묶인 셈. 이번 회의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고 ‘인적·경제적 연계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의견이 오고 갔다.


▲ 사진=제6차 한-태평양도서국고위관리회의를 주제한 외교부관계자들 © 남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태평양 지역 홍보와 인적·경제적 교류에 박차
태평양 도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빠르게 유실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술과 노력으로 태평양 도서국이 당면한 문제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기후예측정보 서비스 사업 등 우리 정부가 시행해 온 기후변화 대책관련 사업 이행 현황 및 성과를 점검하기도 했다.

또한 불법어업행위 및 해양오염 유발행위 실시간 원격 감시 사업 등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무대에서의 공조 방안도 모색했다. 실질적으로 물적, 인적 교류를 늘리기 위해 작년부터 신설된 무역·관광 진흥 프로그램의 취지와 그간의 성과도 공유했다.
태평양 지역은 홍보와 인적 교류에 한층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태평양 관광기구(대표 박재아, Pacific Tourism Organisation)는 태평양 지역의 생활, 문화, 여행, 무역정보를 담은 웹사이트, 소셜미디어를 구축하고, 국내에는 전무한 ‘태평양 가이드북’ 제작을 진행 중이다.

또한 방송 촬영, 기자, 블로거 등 취재인원을 현지로 보내 태평양 도서국의 실정과 관광, 투자지로서의 매력을 소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태평양 무역과 투자 진흥을 맡은 한국수입협회(회장 홍광희)는 ‘태평양무역진흥사무소’를 신설하고, 11월 중에는 남태평양 피지로 무역 사절단을 파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내 주요 국가들의 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개최된 제6회 고위 관리회의는 우리나라의 이 지역에 대한 적극적이고 독자적인 역할을 정립하고 한-태평양 도서국 간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장이었다. 내년 한-태평양 도서국 회의는 외교장관이 주재하는 자리인 만큼 더욱 심도있는 현안이 다뤄질 전망이다.


▲ 사진=제6차 한-태평양도서국고위관리회의장 © 남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우리만 잘 모르는 태평양 도서국
고대 세상의 중심은 지중해였다. 근현대의 중심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왔다.

사이먼 윈체스터 교수의 저서 <태평양 이야기>에 따르면, 대서양에서 탄생한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는 서쪽으로 건너가 전후 일본 재도약의 도화선이 됐다. 반도체의 중심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한국으로 넘어와 우리나라의 핵심경쟁력이 되었다.

또 언젠가는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처럼 세계를 바꾼 핵심 산업과 문화의 흐름이 이와 비슷한 경로를 따랐다 것이 사이먼 교수의 분석이다.
태평양은 동서양이 조우하는 곳이다.

일본은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의 맹주가 되려다 패전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제 중국이 이곳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에서 중국의 부상은 전통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해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로와 해양 통제권 장악이 필수인지라, 수송과 군사적 전략기지에 놓인 태평양 도서국들에게 쏟아 붇는 경제적 지원과 정치적 압력이 무리스러워 보일 정도다.

미•중 갈등은 무역전쟁 뿐 아니라 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군비경쟁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 (Pivot to Asia)’을,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구상(Indo-Pacific Initiative)'을 미국의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으로 내놓았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17일 한미동맹재단•주한미군전우회 행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관련해서도 "사람, 평화, 번영이라는 구상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자연스러운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손 잡고 일하면서 '동등한 파트너십'을 제시하고 있다. 역내 국가들에게 지배 구조와 투명성 기준을 지키며 파트너십을 제시하고 있고, 안전한 환경은 개발에 필요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사진=제6차 한-태평양도서국고위관리회의에서 인적교류 부문 사업성과를 발표하는 태평양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 남태평양관광기구 제공

대륙과 달리 바다는 하나로 이어진 공간인지라 중국과 일본을 사이에 두고,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태평양을 둘러싼 해양영토분쟁, 자원경쟁이 예상된다.

한반도 평화까지 영향을 미칠 사안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태평양’은 그저 평온하고 아름다운 섬나라 정도로 가볍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 사진=키리바시 외교부 나우토 차석 보좌관(Senior Assistant Secretary, Mr. Matia Luke Nauto Tekaiara)과 태평양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 남태평양관광기구 제공

심지어 태평양에 14개의 국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번 제6차 한-태평양 도서국 고위 관리회의에서 진행된 우리나라와 태평양 간의 각종 현안과 전략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와 태평양이 한결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기환 기자 jeong9200@sundo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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