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타임즈=장영신기자] 인도네시아 코모도섬(Komodo I.)은 인도네시아 중심에 위치한 섬이다. 면적 520km², 인구는 약 3만명으로 플로레스섬과 숨바와 섬의 중간에 있다. 대개의 인도네시아 섬이 그렇듯 이 섬도 산이 많은 편이며 우기엔 밀림으로 덮여 있다. 그래서 이 시기 섬 전체가 푸르디푸르다. 섬에서 내려본 바다는 더 푸르고, 올려본 하늘도 맑아 푸르기 그지없을 것이다.

▲ 7-8월 코모도 섬은 건기로 강우량이 매우 적다. 뿌리 깊은 나무들 빼곤 키가 작은 식물의 잎사귀가 모두 누런 모습이다. [사진=장영신]


다만 내가 방문한 시기의 코모도섬은 섬 전체가 누런색을 띠고 있었다. 7-8월 이 섬은 건기로 강우량이 매우 적다. 화산섬이니 물빠짐이 좋은데다 건기라 땅이 바싹 말라 뿌리 깊은 나무들 빼곤 키가 작은 식물의 줄기와 잎사귀가 모두 누런 모습이었다. 이런 정보가 없이 이 시기 발리나 코모도섬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평소 상상하던 열대 우림이 무성한 섬과 다른 모습에 머리를 갸웃할 수 있다.

좋은 점이 있다. 평소보다 기온과 습도가 낮아 오히려 한국의 7~8월 보다 쾌적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여름 피서지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코모도 섬은 말 그대로 대형 도마뱀(코모도 왕 도마뱀)의 서식지로서 알려졌다. 세계유산목록에 등록되어 있어 자연유산으로서 가치도 매우 높다.

▲ 광관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배 모습. 나무로 만들어졌고, 엔진과 돋을 같이 이용해 항해를 한다. 내부엔 침실과 식당이 잘 갖춰져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사진=장영신]


배를 이용해 선착장에 도착한 이후 육지로 향한 길을 따라 20분쯤 걸어 비로소 코모도 왕 도마뱀의 서식지에 들어섰다. 서식지 입구엔 관광객을 안내해주는 캠프가 있었고, 여기서부터 코모도 섬의 안내와 보디가드 역할을 해주는 레인저가 따라 붙었다. 왕도마뱀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이들과 동행해야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레인저는 앞이 Y자로 갈라져 있는 기다란 막대기로 왕도마뱀의 공격을 막는 역할도 한다. 코모도 왕 도마뱀은 공격성이 강하고 움직임도 빠르기 때문에 레인저의 통제를 잘 따라야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동행한 레인저의 태도는 상냥했고, 질문엔 친절히 답해주었다. 나를 안내해준 레인저는 10년 동안 이 일을 했다고 한다. 직업의 만족도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고 보수도 괜찮은 편"이라며 빙긋이 웃었다.

길을 안내하는 동안 레인저는 왕도마뱀과 섬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다. 영어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한국어 통역도 대동하면 좋다.

▲ 넓은 개활지에 코모도 조형물이 코모도 서식지에 들어섬을 알리고 있다. [사진=장영신]


섬을 찾은 날은 날씨가 더워 한 무리의 녀석들이 나무 그늘이나 건물의 그늘에 무리지어 배를 땅에 깔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무리는 대략 10마리 이하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움직임이 없으니 게을러 보였다. 쉴 때는 마냥 쉰단다. 방문객이 불과 수 미터까지 접근해도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을 뿐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다가가 곁에서 사진을 찍고 방문자들이 떠들어도 본척만척이다. 먹이 활동을 하지 않으면 움직임이 거의 없는 파충류의 특성을 녀석들에게도 엿볼 수 있었다.

무리의 코모도 왕 도마뱀들은 몸의 길이가 2~3m 정도 되어 보였다. 몸무게는 다 자라면 100kg 정도 된다고 한다. 이 녀석은 대식가로 자기 체중의 80% 정도를 수십 분 안에 먹어 치울 수가 있다. 먹이는 사슴, 소 등을 가리지 않는다.

왕 도마뱀은 사자나 호랑이처럼 빠르지 않다. 힘껏 달려도 시속 20km 정도. 레이저는 이 녀석의 사냥 비법은 한 마디로 ‘기다림’이라고 설명했다. 보통은 먹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숲이나 바위 뒤에 숨어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먹이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신속히 덮친다. 작은 동물일 경우는 완력으로 먹이를 단번에 제압해 그 자리에서 삼키기도 하지만 큰 동물의 경우는 뒷다리를 문 후 공격을 멈춘다.

▲ 서식지 코모도 왕 도마뱀 모습. 왕 도마뱀 몸의 길이는 2~3m 정도. 몸무게는 다 자라면 100kg 정도 된다. [사진=장영신]


이 때부터는 기다리면 된다. 왕도마뱀의 침에는 여러 가지 유독한 미생물이 있어서 물리면 패혈증에 걸려 서서히 죽게 된다. 녀석에겐 무해한 병원균이지만 물린 동물에겐 치명적이라고 한다.

왕도마뱀은 시야에서 사라진 먹이를 뛰어난 후각으로 찾아낸다. 정확히는 후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혀와 입천장에 붙어 있는 야콥슨 기관에 의해서다. 이 기관은 먹이가 어디 있고 어떤 상태인지를 눈으로 보는 것처럼 녀석의 뇌에 전달한다.마침내 그 큰 몸집을 한 먹이가 쿵 소리를 내면서 쓰러지면 녀석은 먹이에게 달려들어 포식을 즐긴다.

레인저가 안내해주는 도보 여행 코스는 다양해 방문객이 각자 체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평지도 걷지만 둘레길을 이용해 산꼭대기까지도 올라간다. 체력이 약한 노약자 곁엔 레이저가 따라 붙어 산행을 적극 도와준다. 길이 험하지 않아 운동화를 신어도 등반이 가능하다. 일행중 일부는 슬리퍼나 쎈달을 신고 산행을 했는데 그 용기가 부러웠다. 다만 건기엔 땅이 말라 미끄러우니 산행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 코모도 왕 도마뱀은 숲이나 바위 뒤에 숨어 있다, 먹이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덮친다. 작은 동물일 경우는 덮쳐 완력으로 먹이를 단번에 제압한다. [사진=장영신]


길을 오르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던 레인저가 걸음을 멈추고 나무 아래 수풀에 숨어 있는 코모도왕도마뱀을 막대기로 가리킨다. 길이가 1미터 쯤 되어 보이는 녀석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수컷으로 수풀 그늘에 몸을 낮게 웅크리고 있다. 왕도마뱀 수컷은 다 자랄 때까지 무리에서 벋어나서 생활한다. 함께 있으면 성체에게 잡혀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기라면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더니, 식욕이 정말 왕성한 녀석들이다.

안내 코스를 따라 30분쯤 오른 산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코모도섬의 여러 산줄기가 사방으로 힘차게 뻗어나가 푸른 바다로 풍덩풍덩 빠진다. 그리고 그 앞엔 또다른 작은 섬들이 잔잔히 바다에 펼쳐져 있다. 정자 앞쪽으로 산세가 가파르게 깎여 해안에 다다르고, 해안가엔 두부가 있어 돛을 단 배들이 정박한 모습이 정답다. 이 산을 오른 고생에 대한 보답을 눈으로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근처 관람객들이 풍경을 배경 삼아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며 오늘의 산행을 기뻐하며 기념했다.

▲ 서식지의 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 코모도의 여러 산줄기가 사방으로 힘차게 펼쳐나가 바다로 풍덩풍덩 빠진다. [사진=장영신]


코모도섬을 방문하기 위해선 라부안바조 공항으로 가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한국에서 가기 가장 편한 방법은 직항을 통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한 후에 인도네시아 국내선으로 코모도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인천에서 발리까지는 직항 기준으로 7시간 15분이 소요되며 발리에서 라부안바조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 취재협조=인도네시아대사관(KBRI Seoul), * 인도네시아관광청(VITO Korea Korea)



<인도네시아=투어타임즈 장영신 기자 sun@tourtumes.net>

저작권자 © 디스커버리뉴스(DISCOVERY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